햇살에 부유하는 먼지들을 보며 키요코 상은 꽃잎 같다고 했었다. 우리는 종종 눈을 감고 있었다. 종종 아무 말도 않았다. 종종 키스를 하다 날을 새우기도 했었다. 더운 날들이었다. 나날이 부르터 가는 키요코 상의 입술을 보며 나는 꽃잎이 내려 앉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눈꽃처럼 하얗게 일어난 입술을 매만지다 키스하고, 갈라진 사이마다 립밤을 발라 드리다가 ...
˝좋아해. 아주 오래 전부터, 널 좋아했어. 그리고 지금도.˝ ˝…….˝ ˝시미즈, 네가 좋아.˝ 스가와라 코우시 x 시미즈 키요코 까마귀가 나는 체육관 完 스가와라는 이러다 죽어버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떠는 시미즈의 몸을 꽉 붙들어 안으며, 스가와라는 자신의 떨림은 그저 잊어버리는 것으로 다스려야 했다. 꿈은 아닌데. 확실히 이...
해는 저물어 가고 있다. 스가와라는 부실 창가에 서서 검푸르게 물들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곧, 밤이었다. [스가키요/후타키요] 까마귀가 나는 체육관 # 12 열쇠고리는 부실 캐비넷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스가와라는 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집어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떨림이 진정되질 않았다. 밤은 오게 되어있었다. 밤이 오면 오늘도 끝나. 남은 시간은 네다...
˝자, 그럼 집에 가서 저녁 제대로들 챙겨 먹고, 내일 보자.˝ ˝들어가십쇼!˝ ˝수고하셨슴다!˝ ˝슴다!!˝ 다이치의 인사로 부원들은 하나 둘씩 사라졌다. 타듯이 붉게 물든 노을이 뉘엿뉘엿 져가고 있었다. 연습이 끝났으니 집에 가야지. 스가와라는 가방끈을 꽉 쥐고 생각한다. 오늘은 방학도 했고, 연습도 잘 마쳤고, 작별인사도 했고, 다들 집에 돌아갔는데,...
어쩔 수 없다는 말, 진짜 싫은데, 어쩔 수 없잖아. [스가키요/후타키요] 까마귀가 나는 체육관 # 10 다만 조금 더, 자신이 참을 수 없어지고, 조금 더 어른이 가까운 겨울이 되면 말해도 괜찮은 때가 오지 않을까. 전부 끝나고 난 후라면. 3년간 가꾸고 가꿔온 이 진심을, 온 마음을 다해 사실은 정말로 좋아한다고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밤이 와도 잠들 수 없는 이유라. 그거에 대해서라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스가와라는 시미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오후의 햇살이 시미즈의 물빛 눈동자에 투명하게 비쳐들었다. 그건 나를 2년째 괴롭히고 있는 건데, 너에게도 이게 답이 된다면 얘기해 줄게. 하지만 시미즈. 네가 나와 같을까. 음, 일단 나는, 너를 좋아해서 네 생각에 잠 못 이루는데. ...
스가와라는 전부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밤을 온통 뒤덮은 악몽도, 시름 끝에 간신히 이룬 잠의 끝을 붙잡고 뒤흔든 초인종 소리도, 부스스한 머리와 다듬지 않은 표정으로 현관문을 열었을 때 마주해 온 시미즈의 긴장한 얼굴까지 전부 다. [스가키요/후타키요] 까마귀가 나는 체육관 # 08 ˝……시미즈.˝ ˝안녕, 스가와라.˝ ˝하아?˝ ˝연락 없이 찾아와서 ...
이걸 뭐라고 부를까. 생각 들었을 때, 진작 사랑이라고 이름 붙였으면 좋았을 걸. [스가키요/후타키요] 까마귀가 나는 체육관 #07 아무 말도 못했어. 스가와라는 고개를 처박고 중얼거렸다. 아무 말도. 왜. 나는 시미즈의 그 무엇도 아니니까. 시미즈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 하지만 나는 시미즈의, 시미즈의……. 스가와라는 말을 마치지 못한다. 자신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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